-유관순의 인간적인 면모를 극사실적으로 조명해 편안한 새로운 시각을 감지토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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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녀 유관순' |
“3월의 하늘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휩싸이는데, 바로 동요 ‘유관순’과 박두진의 시 ‘3월1일의 하늘’에 등장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누나’로 불리게 된 유관순 열사 말이지요.”
작가는 아직도 3.1 운동의 상징은 유관순 열사이고 우리 민족 누구나가 존경하는 독립 운동가로 유관순 열사를 꼽는 이유에 주목했다.
하지만 요즘 인기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유관순 열사는 높은 인지도 만큼 수많은 스캔들과 루머에 시달려야 했던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일제가 자행했던 왜곡된 식민사관 교육의 연장선처럼 진행됐던 해방 이후의 자기 배반의 역사도 가슴 아프지만, 지나친 우상화로 인해 유관순 열사의 행적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오히려 훼손되는 일도 있어 작가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그 안타까움이 깊어질수록 유관순 열사의 진정한 모습을 전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면서 “이 때부터 유관순 열사라는 인물에 대해 ‘왜’, ‘어떻게’라는 과정에 더 궁금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료 조사과정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록 자체가 3.1운동 이후에 집중되어 있어 ‘결과’로서만 각인된 안타까움을 뛰어너머 보다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고뇌와 갈등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역사소설 ‘소녀 유관순’에서 작가는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닿을 수 없는 성역에 존재하는 우상 같은 특수한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소녀로서 서게 하는 작업을 한 셈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독립을 외치다 차디찬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한 소녀가 보편성을 가진 존재로 홀로 설 때 비로소, 3.1운동, 아니 우리의 독립을 향한 저항의 역사 전체가 민족 모두의 보편적 역사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소설 ‘소녀 유관순’은 고종의 비극적 죽음으로 대변되는 장구했던 한 왕조의 마감과 태조의 한양천도, 즉 시작점을 동시에 보여주며 시작된다. 왕조의 시작과 끝을 바쁘게 훑던 눈은 바로 서대문형무소에 복역중이던 관순의 꿈을 통해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로 옮아온 시선은 관순의 어린시절에 잠시 집중한다. 활달하고 사내아이 못지않게 씩씩한 관순은 동리 어리신들의 걱정거리기도 하지만 또한 큰일을 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동리의 자랑이기도 하다. 관순의 성장과정을 살피는 동시에, 이야기는 당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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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안혜숙씨 |
성장해 이화학당을 다니게 된 관순, 거세게 몰아치던 일제의 침탈과 식민지배의 파도, 그에 저항하는 국내외 독립투사들의 투쟁모습은 관순, 일제 침탈자, 독립투사 각각의 시각으로 세세히 그리며 달려가던 세 개의 평행선은 1919년 3.1운동이라는 정점에서 결국 만나게 되고 이화학당을 다니던 평범한 17세의 한 소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지게 되는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1990년에 중편소설 ‘아버지의 임진강’으로 등단한 작가 안혜숙씨는 91년 중편소설 ‘저승꽃’으로 KBS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창작집 ‘창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장편소설 ‘해바라기’ ‘고엽’ 1,2부, ‘역마살이 낀 여자’ ‘쓰루가의 들꽃’ ‘다리 위의 사람들’ ‘잃어버린 영웅’ 등이 있다. 또 시집으로는 ‘멀리 두고 온 휘파람 소리’ ‘사랑’ ‘사랑의 뮤즈가 주는 장미 목걸이’ ‘봄날의 러브레터’ 등이 있다.[세계타임즈 조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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