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국정원 등 5대 사정기관 활동방향 설정
(서울=포커스뉴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처가 소유 부동산 넥슨 매입 의혹이 20일 아들에 대한 병역 특혜 의혹 등으로 점차 파장을 더해가는 가운데, 민정수석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비서실 산하 10개 수석비서관 가운데 하나로,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검찰과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5대 사정기관의 활동방향을 설정하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부 감찰과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까지 담당하는 그야말로 공직사회의 중추이자 권력의 핵심 실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을 두 차례 역임하며 '노무현의 칼'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급 인사, 또 검·경의 수뇌부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많은 공직자들이 결격 사유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하는 이른바 '스크리닝(Screening)' 작업을 수행한다.
검증작업은 인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핵심 업무다.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 유독 인사난이 심했던 박근혜정부는 검증 때문에 민정수석을 자주 교체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 출범 초기 장관 후보자의 낙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등 인사 검증 실패에 책임을 지고 2013년 8월 임명 6개월 만에 물러났다. 후임이었던 홍경식 전 민정수석 역시 국무총리 후보자 2명(안대희·문창극)의 낙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인사 검증을 담당하다 보니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과(過)를 덮어두는 방식 등으로 인사에 일정 부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우병우 수석이 최근 현직 검사장으로는 최초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해서 이같은 방식으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병우 수석이 (진 검사장에 대한) 비리 첩보 같은게 있었는데, 그걸 감찰부서에 이첩을 안했다고 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인사에 관여하며 우 수석과 가까운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관가에 파다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보'를 다루는 업무인 만큼 민정수석의 활동은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며, 언론 접촉 역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정수석은 감독기관인 국회 운영위원회에도 출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역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해 증언한 경우는 고작해야 5차례에 불과하다.
우병우 수석은 20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해명하기 위한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면서 "그동안 제가 직분상 기자들과 접촉을 일체 해오지 않았다"며 "가정사까지 공개되며 매우 고통스럽다. 이제 제가 기자들을 직접 만나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은 하고, 심경을 말씀드리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 비서실장(장관급) 산하 10명의 수석비서관은 차관급 직책이지만 정가에서는 장관급 직책에서 수석으로 가는 것을 영전(榮轉·전보다 더 좋은 자리나 직위로 옮김)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수석들의 권력이 강하다는 것.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여성가족부 장관에서 정무수석으로 '격하'될 당시 여권 인사들은 "영전을 축하한다"고 하기도 했다.<사진=포커스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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