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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의 충격파가 올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OECD가 지난 3월 26일 발표한 경제 전망치는 한국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OECD는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국내외 주요 기관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을 가장 높은 2.1%로 제시했지만 3개월 만에 0.4%포인트나 낮췄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영국(0.5%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 큰 폭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이다. 일본은 기존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외려 상향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8%에서 2.7%로 0.9%포인트나 대폭 올려 잡았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유가 상승에 따른 기업의 비용 증가는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 전쟁이 끝난다 해도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공급망 리스크(Risk)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경제는 저성장·고물가의 악순환을 염려해야 할 형편이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유독 낮아진 데는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은 석유의 70%, 천연가스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원유 가격 상승 여파가 기업의 생산비와 시중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압박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심히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고금리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한국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高)’ 복합위기(Complex crisis) 파고에 휩쓸릴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란 전쟁이 길게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고물가 속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S(Stagflation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의 장기화 국면에서 원자재 공급 감소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크다.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7일 코스피(KOSPI)는 전날보다 전 거래일 대비 0.4%(21.59포인트) 하락한 5,438.87에 마감했지만, 장 중 한때 3% 이상 급락하며 5,3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피는 중동 전쟁 이후 13% 하락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크다. 달러당 원화 가치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00원이 무너진 상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매도 행렬이 심상치 않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7일 발표한 ‘2026년 3월 기업 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 전망치는 제조업 95.9, 비제조업 91.2로 각각 3.0포인트, 5.6포인트 하락했다.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100을 웃돌면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중동발(發) 악재를 단순 위협이 아니라 공포로 느끼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방증(傍證)이다. 기업 경영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전문가들은 기름값과 환율이 함께 오르면 결국 모든 물가가 덩달아 뛸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한국은행은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20%대까지 올리는 충격 요법을 썼다. 안 그래도 기름값과 물가가 비싼데 대출 이자까지 오르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은 각각 1,978조 원과 2,026조 원에 달한다. 금리가 단 0.25%포인트만 올라도 온 국민과 기업이 내야 할 이자가 1년에 수조 원씩 늘어나게 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은 종전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연일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 유예 선언으로 물꼬를 트는 듯하던 휴전 협상은 교착 국면에 빠졌다. 미국과 이란 양측이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번 전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설령 전쟁이 멈춘다고 해도 치명적인 균열이 난 글로벌 공급망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과거 질서로 돌아가기 힘든 고통스러운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이 현실화(現實化)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은 투자·고용 절벽으로 이어져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게 된다. 이 때문에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세워둔 사업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현금을 최대한 쥐고 있는 비상 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이 위기를 넘을 수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교·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원자재를 언제, 얼마에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3U(불안정·불확실·예측 불가)’의 캄캄한 늪에 빠졌다. 지금 공급망은 불안정(Unstable)·불확실(Uncertain)·예측불가(Unpredictable), 이른바 ‘3U’ 상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3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에너지안보장관회의에서 글로벌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직면한 ‘3U(3가지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장관급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이 발언은 공급망 불안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는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3월 2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여는 등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 원유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에너지 공급 불안을 잠재우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는 데 실행이 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정부는 미국·이란 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 3월 25일 0시를 기해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시행에 들어갔고, 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노는 3월 3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당연히 추가경정예산 집행 과정에서 과도한 돈 풀기가 가져올 시장금리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등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또한 나프타(Naphtha) 수출 금지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방어막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임시방편적 처방만으로는 ‘3U’의 비상 상황에서‘3고·S공포’를 걷어 내기는 힘들다. 당면한 복합 위기를 이겨 내려면 과감한 구조 개혁과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OECD 등 국제기구들이 한국에 대해 재정 여력 확충과 노동·교육 등 구조 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 노력을 권고하고 있다. 충분한 유동성 관리와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공포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당장은 중동발(發)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 필수 원자재 확보 등의 비상 대책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위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 중동에 편중된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고에너지 소비형 산업 구조를 고효율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만 한다. 무엇보다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주력 산업 다양화에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규제 완화, 노동 개혁 등의 구조 개혁을 미루면 저성장 고착화(固着化)의 늪에서 결코 벗어나기 어렵고 힘들며 요원(遼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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