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금융절벽에 내몰린 위기 청년들, '빚투' 내몰지 말고 안정적 자산 형성 기회를

칼럼 / 편집국 / 2026-04-03 19:14:26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지난해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서 빚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高)위험 가구’가 전년 대비 1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 비중이 확대되고, 소득과 지역별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는 더욱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국내 ‘고위험 가구’는 45만 9,000가구로 전 년 동기 38만 6,000가구 대비 18.9% 증가했다. 금융부채 보유 전체가구 가운데 ‘고위험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서 4.0%로 상승하였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도 전체 금융부채의 6.3%인 96조 1,000억 원으로 2024년 3월 4.9%인 72조 2,000억 원에 비교해 1년 새 23조 9,000억 원이나 큰 폭(33.1%) 증가하였다.

이들 ‘고위험 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 청년층에서 ‘고위험 가구’ 증가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수 기준으로 중년층(40~50대) ‘고위험’ 가구 비중이 2025년 3월 기준으로 53.9%로 여전히 절반을 상회(上廻)했지만, 청년층(20~30대)‘고위험 가구’ 비중도 2025년 3월 기준 34.9%로 2020년 3월 기준 22.6%에서 불과 5년 새 12.3%포인트나 확대됐다. 같은 기간 고위험 가구 중 중년층과 고령층 비중이 줄어든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 경제의 허리가 돼야 할 청년층이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전락(轉落)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자산 축적도가 낮은 청년층 가구가 주택 구입,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부채 차입에 나서면서 여타 연령층에 비교해서 청년층 ‘고위험 가구’의 증가 폭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자산 및 부채 구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고위험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2억 7,000만 원으로 ‘비(非) 고위험 가구’의 총자산 6억 4,000만 원에 비교해 3억 7,000만 원이나 크게 적었다. 반면,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총부채는 2억 4,000만 원으로 ‘비 고위험 가구’ 1억 6,000만 원보다 8,000만 원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 고위험 가구’는 예금 등 저축성 자산 비중(10.2%)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비해 ‘고위험 가구’는 자가거주율이 낮아 임차보증금(13.8%)이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현금 유동성 대응능력이 낮았다. 이러한 가구형 부채 부담에 대한 비대칭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소득과 자산 축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청년층이 부채 차입에 적극 나서면서 여타 연령층보다 증가 폭이 더 크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또 지난해 지방 주택가격의 하락세로 수도권보다 지방의 ‘고위험 가구’ 증가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방 ‘고위험 가구’의 평균 DTA(자산대비부채비율)는 지난해 3월 132.9%에서 12월 133.7%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가격 상승세가 뚜렷했던 수도권과 서울은 ‘고위험 가구’ 평균 DTA는 각각 2.1%포인트,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 인하와 자산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인 상환 능력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청년층 중심의 ‘고위험 가구’ 증가와 지방 부동산 부진이 지속하게 되는 경우 상환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 담긴 청년 세대의 현실은 참혹한 수준이다. 2030세대가 빚더미에 휘청거리고 있다. 소득·재산에 비해 빚이 과도하게 많은 고위험 가구에서 20~30대 청년층 비율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기준 고위험 45만 9,000가구 중 청년층이 16만 가구로 34.9%를 차지했다. 5년 전 22.6%에서 12.3%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중년층과 노년층이 각 53.9%, 11.2%로 2020년(59.8%·17.6%)보다 줄어든 것과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고위험 가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인 DSR이 40%를 넘고),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을 다 갚을 수 없는 가구(자산대비부채비율인 DTA가 100%를 초과하는 경우)로, 실직이나 소득 감소가 곧장 신용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 시한폭탄’을 뜻한다. 청년층 ‘고위험 가구’ 증가는 사회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도 전에 ‘순자산 마이너스(-)’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청년층 ‘고위험 가구’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3월 부채 규모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3월 기준 318까지 치솟았다.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 등을 하기 위해 대거 빚을 내 쓴 결과로 해석한다. 이자를 많이 내야 하는 신용대출 비중도 높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거나 자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경우 더 취약한 구조란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청년층 부채 증가를 단순히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근로소득만으로는 계층 이동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영끌’과 ‘빚투’로 내몰았다. 금융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청년 부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금융 시한폭탄’과 진배없다. 청년들이 빚의 무게에 짓눌려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포기하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청년층 채무 조정이나 이자 감면 같은 임기응변식 동족방뇨(凍足放尿)나 일시적 땜빵 지원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020년엔 고위험 청년 가구 비율이 청년 인구 비율 22%와 비슷했다. 그런데 5년 사이 인구 비율을 60% 초과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 고위험 가구는 1만 6,000가구 줄었다. 기성세대는 빚더미 수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데, 청년층만 더 많이 빠져든 형국이다. 일차적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 속에 소득이나 자산이 적은 청년층이 코로나 저금리 상황에서 ‘영끌’ 대출로 내 집 마련 막차를 탔다가 2022년부터 금리 인상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청년층 고용률은 22개월 연속 하락세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18일 발표한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만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41만 3,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3만 4,000명(0.8%)이 늘었다. 이 같은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9월(31만 2,000명)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28만 7,000명), 30대(8만 6,000명), 50대(6,000명) 등에서는 취업자가 늘었지만, 유독 청년층(-14만 6,000명↓)에서는 취업자가 크게 줄었다.

특히 청년층 인구 감소 속도보다 일자리가 더 빠르게 줄어든다. 40·50대 고용은 회복세지만, 사회 첫발을 내딛는 20대 후반 청년 일자리는 9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지난 3월 19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3%로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p) 하락했다. 청년 실업률은 7.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고용 지표는 취업자 감소와 실업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 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15~29세)은 48만 5,000명으로 나타났다. 청년 범위를 15~39세로 넓혀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쉬었음’ 인구는 78만 4,000명으로 80만 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경기 둔화와 채용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청년층 노동시장 이탈이 확대되고 있다. 모든 지표가 비정상 수치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집값 급등에다 일자리 감소로 한계에 몰린 청년들은 “마지막 인생 역전 기회”라며 빚까지 얻어가며 무분별한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증시 밸류-업(Value-up │ 기업가치 제고)’을 내세운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과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머니무브(Money move)’ 정책을 추진하는 데 편승한 청년들이 리스크(Risk)가 큰 주식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지금 하루에도 코스피(KOSPI) 지수가 5~6%씩 오르내릴 만큼 주가 변동성(Volatility)이 크다. 자칫 청년 빈곤화를 더 부추길 위험성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청년층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 변동성((Volatility)이 크다. 이렇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끌어다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무분별 주식에 투자하고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것이 문제로 작용했다. 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방치(放置)하고 방임(放任)하며 방기(放棄)한다면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전방위로 확단하고 커질 수 있다.

작금의 청년층 부채 문제는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고용, 교육까지 총체적으로 맞물려 복합적이다.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대책은 겉만 헛돌 수밖에 없다.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화급(火急)하다. 우선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정책이 급선무(急先務)다.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전·월세 시장 안정 없이는 부채 문제의 근본과 핵심을 건드릴 수 없어 보인다. 청년 맞춤형 금융 지원도 정교하고 촘촘하게 설계해야만 한다. 상환 능력에 기반한 책임 있는 채무 조정과 재기 지원 체계를 획기적으로 대폭 강화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은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 속도가 관건(關鍵)이다. 청년 부채 문제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에 맡겨둘 수는 없다. 자영업자 대출은 1,1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2.14%에 이른다. 중동발(發) 유가 충격이 장기화(長期化)하는 경우 이 취약 고리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킬 우려는 매우 크다.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을 선제 관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분명한 실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청년층이 봉착한 금융절벽에 내몰리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누란지위(累卵之危) 상황에서 이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교한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 화급(火急)하다. 그러나 청년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결국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방법뿐이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집값·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고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도록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해결에 총력 경주해야 한다. 청년들이 과도한 빚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사회적 기회를 열어줘야만 한다.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청년 미래 적금’ 등 맞춤형 자산 형성 프로그램의 실효성도 대폭 높여야만 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주거 공급책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청년층의 파산은 곧 국가의 파산이라는 점을 각별 유념하고 결단코 잊지 말고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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