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어느 토요일 오후에 전화가 왔다. 키가 큰 남학생 이었다.
“어젯밤부터 참을 수 없을 만큼 눈이 아픕니다.”
그는 이렇게 호소했다. 차가 없었던 나는 일단 그에게 달려가 택시에 태워 응급실로 갔다. 그 사이에 써리에 있는 짐에게 연락을 취해 병원으로 오도록 했다.
짐과 나는 하루를 꼬박 그곳 응급실에서 기다렸다. 공휴일이어서그의 진료 차례가 될 때까지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는 급성 백내장인데, 조금만 시간을 지체했어도 큰일이날 뻔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책도 읽지 말고 집에서 당분간 쉬라고 주문하고서 짐과 나는 그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와 그가 살고 있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어느 날에는 새벽 1시에 전화 벨이 울렸다.
“누나, 나 재훈이에요. 한국에서 보냈다는 돈이 아직 안 들어왔어요. 아파트 세를 아침에 내지 않으면 저 쫓겨나요. 800달러만 빌려주실래요?” 재훈은 내가 사는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 살고 있었다.물론 나는 그를 불러 돈을 꿔 주었다.
밴쿠버에 온 지 1주일도 안 된 경식은 여권이 들어 있는 수첩을 잃어버렸다. 그 안에는 약간의 현금과 신용카드도 있었다. 중요한 전화번호와 메모가 적힌 수첩까지 잃어 버렸으니 경식은 급한 마음에 나를 찾았다. 나는 일단 무일푼의 그를 우리 집으로 데려다 놓고, 한국의 카드 회사에 분실 신고를 했고, 영사관에 연락을 해 임시 여권을발급 받도록 했다. 침착하게만 행동을 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아닌 사고였지만, 이런 일을 외국에서 당하게 되면 말처럼 그렇게 차분하게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이후부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자료에 ‘여권은 반드시 복사본을 만들어 갖고 다니고 원본은 안전한 곳에 두고 다닐 것’을 주지시켰다. 아울러 ‘현금은 가능한 한 지갑 안에다 넣어 다니지 말고 분산 시켜 둘 것’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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