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초유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시장 왜곡의 부작용에 철저히 대비해야

칼럼 / 편집국 / 2026-04-03 14:38:00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중동 사태 악화로 정부는 ‘비축유(備蓄油) 방출(放出)’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Price Cap on Oil)’ 시행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지난 3월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비축유 2,246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한 데 이어 3월 13일 0시를 기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가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를 지시하면서 브렌트유(Brent Crude)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유가가 급등하면 대체로 수요관리에 최우선 초점이 맞춰져 왔다. 전통적인 대응 방법은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나 차량 10부제·홀짝제 운행 같은 에너지 절약이 먼저였다. 이후 유류세 인하 → 경유 차량 유가 환급 → 취약층 보조금 지원 → 비축유 방출 등의 순으로 단계적 조치가 뒤따랐다. 이번에는 유가의 상한을 정해 전격적으로 시행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급한 불을 끌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초과수요 발생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이나 대형 차량을 이용하는 고소득층이 혜택을 더 많이 누리고, 부담은 전체 납세자에게 돌아가는 역설(逆說)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비상조치는 단기간에 끝내야만 한다. 비상시기에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치를 결단코 잊어선 안 된다.

한편 정부는 ‘벚꽃 추경’ 편성에 가속페달을 힘껏 밟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 정세 불안과 관련해 “위기일수록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이 뒷걸음질 치지 않게 재정의 신속한 투입이 꼭 필요하다.”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하라”고 주문한 지 하루 만에 기획예산처는 주말 반납을 선언하며 국회 제출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호응했다. 중동 사태라는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 앞에서 정부의 기민한 움직임은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중동 사태의 장기화(長期化) 우려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초유(初有)의 유가·환율·물가 동시 트리플(Triple) ‘복합 쇼크’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와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빚어질 ‘경기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면서 소비 여력은 줄어들며 서민 경제를 쥐어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 Screw + Inflation)’의 압력까지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동전쟁 양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인 데다, 조기 종전(終戰)이 이뤄지더라도 원유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중동 상황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의 위기 상황에 한발 앞선 선제 대응을 위해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국내 석유 가격 급등세를 서둘러 진화하고 자원 수급 위기 상황 발생 시 급변하는 석유 가격 변동 폭을 완화하기 위한 상한을 정해 운영하는 제도적 장치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마련하고 지난 3월 13일 0시부로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5일 국무회의에서 검토를 지시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시행된 것이다. 석윳값 통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이다. 비상시기엔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만큼 유통 단계에서 벌어질 시장 왜곡(歪曲)의 부작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가격의 ‘천장’을 설정하여 제한하고 그에 따른 차액 발생 손실은 국가 재정으로 메워주는 정책을 말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등)에 근거한 정부의 가격 직접 개입 수단으로 제1항에 따라 산업통상부장관은 석유의 수입ㆍ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국민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석유제품의 국제가격 및 국내외 경제 사정을 고려하여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의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하였을 때는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

쉽게 말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의 판매 가격 상한선을 법적 강제력을 갖춰 직접 설정해 그 이상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유소 및 대리점 등에 대한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정하며, 주유소 판매 가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3월 13일 0시 부로 적용되는 1차 최고가격은 리터(ℓ)당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되었다. 이는 3월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휘발유 1,833원, 경유 1,931원, 등유 1,728원)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등유 408원이 저렴한 수치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긋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2주 단위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격은 다시 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1차 최고가격은 3월 13일부터 3월 26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따라서 오는 3월 27일에는 국내외 유가 상황 등을 반영하여 최고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최고가격 조정 시에는 ‘제세금을 제외한 1차 최고가격’을 기준가격으로 하여, ‘직전 일정 기간 국제제품가 상승률’을 곱한 값에 제세금을 가산한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률은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Petronet)’에 게시된 가격지표를 활용한다. 이날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5.5원 내렸고, 경유 가격은 리터(ℓ)당 1,911.1원으로 7.9원 하락했다. 시행 첫날, 기름값은 살짝 꺾였지만 소비자 체감은 현재의 주유소 재고가 소진되는 2~3일 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 통제는 자칫 시장을 왜곡(歪曲)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提起)된다. 정유사들은 국내 공급을 축소하고, 주유소는 판매를 늦추려 하고, 소비자 사재기가 나타날 소지도 없지 않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정부가 정유사 손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상해 주겠다는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만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매점매석(買占賣惜)’이나 ‘꼼수 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는 것도 필수적 책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13일 엑스(X │ 옛 트위터)에 “만약 제도를 어기는 주유소 등을 발견하신다면 지체 없이 저에게 신고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처로 인한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물가 안정에 기여(寄與)할 수 있도록 ‘시장교란(市場攪亂)’ 행위를 철저히 모니터링(Monitoring)하고 엄단(嚴斷)해야만 한다.

중동전쟁 발(發) 위기 상황이 길어지면 국가 재정 부담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등) 제3항에 근거 정부가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하는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소비량이 큰 부유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어떤 조건에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종료할지 분명히 하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격 통제만으로는 유가 급등 충격을 완벽하게 다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고물가로 인해 고통이 더 클 경제적 약자를 최우선으로 더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민생 대책이 병행돼야만 한다. 저소득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바우처(Voucher │ 이용권)’, ‘유류세 환급’, ‘면세유 지원’, ‘대중교통 운영 확대’ 등 정교한 맞춤형 지원책을 통해 서민 부담을 줄이고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나아가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수입선(輸入線)을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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