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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Piloti)는 원래 기둥, 특히 종교건축 회랑에 늘어선 열주(列柱)를 의미하는 말이다. 현재에는 주로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제창한 건축 양식을 말한다. 코르뷔지에식 필로티 양식의 외형은 건물 저층부의 기둥을 제외한 벽을 제거하여 개방적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필로티 건축은 1층 공간에 기둥을 설치한 뒤 건물을 올려 쌓는 구조로 20세기 초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유행시켰다. 벽돌을 쌓아 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100년 전엔 혁명에 가까운 발상이었다. 당시 유럽의 건물은 벽도 두껍고, 창문을 크게 낼 수 없어 채광이 열악한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도입된 필로티 구조는 현대 건축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선 도시형 생활주택(필로티 건축물)으로 도시 지역의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2009년 5월에 도입한 주거 형태로 단지형, 연립 주택, 단지형 다세대 주택, 원룸형 주택이 있다.
필로티(Piloti) 공법을 과감하게 받아들인 나라가 한국이다. 사생활 보호에 효과가 있는 데다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00년대 이후 다가구주택 등에 필로티 공법이 속속 도입됐다. 전국적으로 필로티 건축물은 30만 4,000여 동에 달하며 이 중 85%가 아파트 및 빌라와 같은 주거용 건물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들 건물의 구조적 취약점 개선책을 마련하고 전면적인 소방안전 점검을 서둘러야 할 것은 물론, 구조적 안전대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필로티 건축물)에 대해 화재와 지진의 취약성은 이미 수차례의 경험에서 쉽게 알 수 있지만 2015년 1월 10일 오전 9시 27분경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 5명 등 14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경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큰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하면서 안전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필로티 건축물은 내력 벽체 대신 주로 기둥으로 건물 상층부를 받치도록 한 구조로 지상에 넓은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경제적인 건축기법으로 각광을 받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대표적인 공용 공간 설계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도심형 주거지에 널리 적용되면서 필로티 구조는 2000년대 초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1층 주민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 급속히 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전국의 필로티 건축물은 총 30만 3,980동이고, 이 중에서도 주거용으로는 25만 7,197동에 달한다. 하지만 필로티 건물은 구조상 공기 공급이 원활해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아궁이 효과’로 인해 연기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주민들이 연기 흡입 등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에 불이 나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작은 불도 크게 연소 확대할 수 있다. 이번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역시 주차된 차량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더 커졌다. 게다가 주차장을 거쳐야만 출입구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대피도 어려웠다. 게다가 발화 지점인 지상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관련법에 따라 1990년 6월부터 ‘16층 이상’ 건물에 의무화됐다. 이후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불이 난 아파트는 10층으로 2014년 7월 준공돼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문제는 필로티 건축물은 1층 지상 공간에 차량이 모여있도록 설계된 만큼,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연쇄적 피해를 막기 힘들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외부로 개방된 공간이 많아 화재 시 공기 유입이 원활해져 쉽게 불길을 키운다는, 이른바 ‘아궁이 효과’는 필로티 건축물의 가장 심각한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광명시 아파트 화재와 마찬가지로 필로티 아궁이 효과가 대형 인명 피해를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앞서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와 2017년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외에도 2018년 51명 사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23년 54명 부상한 인천 남동구 호텔 화재 등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은 이 같은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태 점검과 관리·감독에 온 신경을 쓰고 심혈을 기울여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최우선으로 건축물 외벽과 천장 불연재 적용 의무화 대상이 아닌 필로티 건물을 파악하고, 미적용 건물에는 보조금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물주의 불연재 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 초기 진화에 효과가 큰 스프링클러를 하루빨리 소형 필로티 건축물과 주차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노후 건축물 간이 스프링클러 도입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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