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잠재성장률 제고 겨냥 ‘6대 구조개혁’, 정권 명운 건 실행 속도 올려야

칼럼 / 편집국 / 2025-11-21 13:28:54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가 ‘잠재성장률 제고’라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다.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기술 혁신과 생산성이 정체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위기’ 경고가 나온 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 경제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일컫는다. 특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4년 연속 하락 추세(趨勢)를 이어가며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수준에서 2010년대 3% 초반으로 낮아졌고, 올해는 1.9%까지 떨어져 사상 처음 2% 아래로 추락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 투입 감소, 자본투자 둔화, 총요소생산성(TFP │ Total Factor Productivity) 정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30년대에는 0.7%, 2040년대에는 0.1%로 사실상 ‘제로 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비관적 예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월 13일 “규제,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등 6대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드시 반등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취임 5개월 만에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키고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고 국정 기조를 비교적 선명하게 설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로 환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제15차 수석·보좌관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대한민국의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고 천명(闡明)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1%포인트씩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곧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회복의 불씨가 켜진 지금이 바로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판단된다.”라며 “정부는 내년이 본격적 구조 개혁을 통한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 되게 속도감 있게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구조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기에 쉽지 않다.”라며 “저항도 따르지만 이겨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관세 및 안보 관련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인 지난 11월 14일 한·미 관세 및 안보 협상의 결과를 담은 한국과 미국의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 │ 합동 설명자료)’가 발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심화하게 됐다. 양국이 함께 ‘윈윈(Win-Win)’하는 한·미 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활짝 열렸다.”라며 최종 타결 소식을 전했다.

이렇듯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고, 내수 소비 등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을 계기로 개혁의 페달을 밟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높아진 국정 지지율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경기 호조, 소비 회복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내년 성장률 전망도 1.6%에서 1.8%로 높이는 등 경기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도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잠재성장률 3% 회복’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문제는 일관성을 갖고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일이다. 공공 지출 확대, 친노조 입법 강행 등 이재명 대통령의 그간 행보와 충돌하는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구호로 그치고, 오히려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너무 많아 숫자를 못 세겠다.”라고 했던 공공부문은 정부 지정 331개 기관의 기능 조정과 통폐합을 목표로 내세웠다. 기능을 축소하고 효율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고,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를 없애는 게 급선무(急先務)다. 금융개혁과 관련해선 “가난한 사람에게 비싼 이자를 받는 금융 계급제”를 지적했는데, 정책금융 확대 취지로 이해하지만, 금융시장 존재를 부정하고 관치금융을 조장할 위험한 발상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 기존 주력산업 구조적 위기 등의 상황을 반전할 카드로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꼽았다. 특히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와 서비스 분야의 각종 ‘대못 규제’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2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규제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을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분야별, 목표별로 세밀한 규제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동개혁은 고용 유연화가 핵심 과제다.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정규직, 정년 보장’이라는 경직적 구조가 뿌리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안전망을 탄탄히 갖춘 토대 위에서 고용 유연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유연화=자유로운 해고’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특히 65세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주 52시간 규제도 요지부동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상호 존중과 상생 정신으로 풀어가야 한다.”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정상화에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김지형 경사노위원장 기용이 호평을 받고 있어 기대가 크다. 한두 개라도 제대로 된 성과로 개혁하길 바란다.

연금개혁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긴 마찬가지다.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연금개혁은 장기적으로, 세심하고 신중하게 준비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전제로 했다. 지난 3월 ‘내는 돈’인 보험료율 9%를 13%로 4%포인트,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 40%를 43%로 3%포인트 조정을 핵심으로 한 모수 개혁에는 성공했지만,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 확보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은 이뤄내지 못했다. 여건 변화에 따라 수급액 등이 조정되는 자동 조정장치 도입 등이 논의의 핵심 과제다. 대통령실은 일단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공개혁은 기능 조정과 평가 체계 개편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통폐합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라!”고 지시했다. 김남준 대변인은 “공공기관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주체로 회복시키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며 “노동, 안전, 균형성장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은 지나친 인력 감축과 재무 성과에 치우친 평가방식으로 인해 그 역할이 크게 제한된다는 평가를 받았다.”라며 “정부는 수요자인 국민 관점에서 공공기관의 기능을 조정하고 평가 제도를 개편해 공공기관이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부연했다.

금융개혁은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포용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은 현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가 아니냐며 기존 사고에 얽매이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하라 주문했다.”라고 했다. 부동산에 묶인 시중 자금의 물꼬를 기업·산업투자로 돌리겠다는 ‘생산적 금융’이 큰 줄기인데 방향은 맞다. 하지만 자금 지원이 한계 기업들의 연명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철강 등 위기 업종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 고갈 시점만 늦춰 놓은 연금제도, 방만 경영의 대명사인 공기업 역시 구조개혁이 시급한 영역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임기 초부터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문제 등에서 경험한 것처럼 결국 구체적 사안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이견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구조개혁의 관건이다. 개혁의 목표를 ‘성장 잠재력 제고’로 세운 만큼 정부가 이에 합치하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의견이 다른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내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렸다.‘규제 전봇대 뽑기’나, ‘손톱 밑 가시 뽑기’라 칭하며 국민에게 다가왔지만,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예고는 거창하게 했으나 결과가 보잘것없음을 이르는‘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요란한 말 잔치가 아니었는지 반추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공공·노동·교육·금융)에 의욕을 보였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좌초됐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중반이 넘어서야 5대 분야 구조개혁을 꺼냈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가 공들인 4대 개혁(연금·교육·노동·의료)도 국정 공백과 12·3 계엄 사태 탓에 결국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이재명 대통령 말처럼 구조개혁에는 고통과 저항이 따를 뿐만 아니라 규제는 항상 이해충돌(利害衝突)의 문제가 따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해관계 충돌과 안전 논리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는 규제를 유지할 이유를 찾기보다 해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결국 방향을 제시하고, 의견이 다른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내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난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의‘6대(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구조개혁’의 성공을 앞당기려면 국정 동력이 강력한 집권 초기부터 다잡아 속도감 있고 실행력 있게 강력히 추진하는 길밖에 없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국운 융성과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진정성 있게 국민을 직접 설득하면 개혁 동력에 자연적으로 힘이 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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