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물가·금리·환율 3중고에 연속되는 무역적자, 긴급대책 서둘러야

칼럼 / 심귀영 기자 / 2022-05-06 13:27:27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월 1일 발표한 ‘2022년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한 57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4월 실적 최고치인 2021년 4월의 512억 달러를 무려 64억 달러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15.0% 늘어난 24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은 603억5,000만 달러로 18.6% 증가하며 수출액을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수출액 - 수입액)도 26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수입이 더 크게 늘어 무역수지는 오히려 적자를 나타낸 것이다. 수출액을 뛰어넘는 수입액 증가 원인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70억900만 달러 증가한 148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입 증가세를 이끌었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입 구조에서 이 같은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직격탄이 된 것이다. 또한 수출이 증가하며 메모리 반도체, 석유제품, 알루미늄괴 등 중간재 수입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심화, 북미·아르헨티나에 발생한 가뭄, 중국 봉쇄에 따른 파종 실기 등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 들이닥친 악재도 수입 확대에 영향을 줬다.

무역수지 적자는 올 1월 사상 최대규모인 47억3,500만 달러를 나타낸 데 이어 대통령 선거를 앞둔 2월만 8억9,2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을 뿐 3월의 적자 1억1,500만 달러에 이어 4월에는 26억6,000만 달러로 적자 폭이 오히려 더 커지면서 두 달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올해 들어 4개월 중 3개월이 적자다. 한 해 3개월 이상 적자를 나타내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며 연중 9개월 적자를 나타냈던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2,306억 달러로 사상 처음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은 18개월 연속 성장세이자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의 호조였다. 그러나 지난달 수입액은 18.6% 늘어난 603억5,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빠지면서 올해 1~4월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66억1,900만 달러로 불어났다. 향후 수출증가세가 꺾이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편한 진실로 확산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4억2,6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던 작년 12월부터 따지면 최근 5개월 동안 2월을 제외한 4개월이나 적자에 그친 것은 이를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해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경제의 최후 보루인 무역이 적자 늪에 빠져든 셈이다. 투자와 소비 부진 속에서 홀로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에 그야말로 빨간불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으로 여겨지는 높은 수출 성장세도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지난달 수출액은 4월 기준 1,477만 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수출 물량은 지난해 4월 1,564만 톤보다 오히려 5.6%나 줄었다는 게 그 반증이다. 이는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가격을 올린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4월 수출기록을 갈아치운 석유·철강·석유화학 제품 등이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제품단가 인상으로 판매량은 줄었음에도 수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이 늘수록 무역수지 적자가 가팔라지는 악순환을 맞을 예측이 가능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공급망 교란이 가중하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뒷걸음치고 있다. 우리 교역과 경제환경도 갈수록 나빠진다.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호전될 전망은 어두워지고 재정건전성까지 악화일로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무역수지 악화 상황이 길어지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인‘쌍둥이 적자’에 봉착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는 무역 적자 폭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쌍둥이 적자’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 가치 하락 등 여러 부작용 초래와 함께 경제활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그동안 지속적인 확장 재정으로 재정수지는 4년 연속 마이너스 상태로 100조 원 내외의 재정수지 적자가 구조화되고 있고, 올해에만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0조8,00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또한, 거듭된 적자 국채 발행에 국가 채무가 1,000조 원 이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50%를 넘는다.

무엇보다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에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노출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그야말로 천정부지를 넘어 지붕 위를 걷다 못해 하늘 위를 나를 듯 치솟고 있는 이른바 ‘3고(高) 시대’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5월 3일 발표한 ‘2022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의하면 2022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하여 전월 4.1%보다 0.7%p 확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28일 종가 기준 달러당 1,272.5원까지 치솟아 2년 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3월 14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연 1.50%로 조정했다. 이런 와중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19일(현지 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 4.0%에서 올해 2.5%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풍랑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밀려오는 삼각파도를 막을 튼실한 방파제가 필요한 때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한 긴급대책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여전히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지만,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원자재 가격상승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수출국도 여러 나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임에도 중국(25%)·미국(15%)·베트남(9%) 3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악재의 늪에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지혜가 필요할 때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환경 하나하나를 신속히 점검하고, 우리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경제안보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과 수급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주(集注)해야 한다. 또한, 거듭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고삐 풀린 돈 풀기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어 재정을 확충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은 정권교체기다.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비상한 각오로 불안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촘촘히 살피고 경제 회생과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일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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