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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2월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5년 3월 말 기준으로 한국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으로 전년 5억 4,022만 원 대비 2,655만 원(4.9%) 증가하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전년 9,128만 원 대비 406만 원(4 .4%) 증가했다. 한국 가구의 평균 자산 5억 6,678만 원 중 75.8%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다. 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 임대보증금까지 더하면 자산의 약 82%가 부동산 관련인 셈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9%, 수도권은 4.5% 상승했는데 반면, 지방은 1.3% 하락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져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차이가 3~4배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은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게 되는데, 반면 지방은 준공 후 악성 미분양이 여전히 넘쳐나는 극단적인 대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 7,144만 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자산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 4,590만 원으로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 3,890만 원의 44.9배에 달했다. 1년 전 42.1배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편 소득 5분위 가구 평균 소득은 1억 7,33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가 늘었으나 저소득 계층인 1분위는 평균 1,552만 원으로 3.1%, 2분위는 3,586만 원으로 2.1% 오르는 데에 그쳤다.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72배에서 5.78배로 높아졌다. 이는 국내 자산·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자산 상위권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소득에서마저 고소득 가구의 소득 증가 속도가 저소득 가구보다 빨랐다. 결과론적이지만 한국은 자산(Stock)과 소득(Flow) 양쪽에서 모두 부(富)의 불평등 현상이 심각한 사회라는 방증(傍證)이다. 무엇보다도 순자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도 0.625로 1년 전보다 0.014 포인트 상승했다.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0~1 사이 수치로 표현되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올해 수치는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지니계수’도 0.325로 전년 대비 0.002 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가 조세·복지 정책을 통해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며 가계가 임의로 처분이 가능한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 격차를 완화했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자산의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로 치닫고 있어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며 우울하다.
무엇보다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유주택자와, 전월세를 전전하는 무주택자 사이 자산 축적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벌어졌다. 거시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도입한 대출 규제가 되레 자산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새 정부가 출범 넉 달여 만에 세 번째로 유례없이 강력한 규제를 총동원해 야심 차고 당차게 내놓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시가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기존보다 4억 원 줄어들게 되고, 시가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으로 대출 한도가 2억 원 더 줄어들었다.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종전처럼 최대 6억 원까지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정했는데, 최근 18억~27억 원 분양가가 책정된 반포 아파트 청약엔 20억 원 이상을 바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이 몰렸다. 주변 시세가 50억 원을 넘어, 당첨 시 최대 3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렇듯 ‘돈 놓고 돈 먹기’ 판으로 전락(轉落)한 자산시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서민·중산층은 망연자실(茫然自失) 그 소외감과 실망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과도한 부의 불평등이 장기간 지속하고 고착하게 되면 계층 간 위화감을 넘어 적대감이 커져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하게 되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부동산 문제를 단순히 ‘주거 대책’으로 접근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시스템적 불안 요소’ 차원으로 높여서 보다 심각하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과거엔 부동산에 실패하면 정권을 내줬지만, 다음엔 더 많고 큰 것을 잃게 될 우려도 있다. 정부·여당은 비상한 위기감을 가지고 해결책을 고민해야만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격차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순자산 상위 20%는 부동산이 대부분인 실물자산이 전년보다 1억 1,275만 원(8.8%) 늘었으나, 하위 20%는 37만 원(2.6%)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자산이 자산을 불리는 구조 속에서 근로소득만으로는 이 격차를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자산 격차는 ‘서울 자가’ 보유 여부가 갈랐다. 전체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4억 7,144만 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는데 부채가 4% 넘게 증가했지만, 부동산 포함 실물자산이 5% 가까이 불어난 덕이다. 지역별 가구당 자산은 서울이 8억 3,649만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채 중에선 임대보증금 증가율이 10.0%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수도권에 집을 가진 가구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크게 늘고, 주택 미보유 가구는 임대보증금이 상승한 탓에 빚을 더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통계수치다.
이러한 ‘자산 양극화’의 불평등은 세대 간, 지역 간 격차라는 형태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50대(6억 6,205만 원), 40대(6억 2,714만 원)의 평균 자산은 높은데, 반면에 39세 이하는 3억 1,498만 원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별 가구당 평균 자산도 서울이 8억 3,649만 원이지만 비수도권은 4억 2,751만 원에 불과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 주택을 보유했는지 보유하지 못했는지가 사실상 계층을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와 같은 ‘강남 불패 신화’가 계속 지속되는 한, 지방·청년·무주택자가 뒤처지는 현상은 더욱 고착화(固着化)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격차 확대가 경제·사회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계층 간 이동성을 차단한다는 문제점이다. 부동산이 계층을 가르는 사회를 더는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하며 방기(放棄)해선 안 된다. 이런 양극화는 지역·계층 간 갈등을 심화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저하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업과 취업을 위한 청년층의 대규모 수도권 이주는 지방 공동화를 가속 시킬 우려가 크다.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과밀화는 결단코 막아야 한다.
특히 ‘자산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의 산물이라고 읽히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정부가 조세·재정 정책을 통해 재분배 정책을 얼마나 강도 높게 펼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선 일관되게 부자 감세로 세수를 축내고,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으며 긴축재정을 펼쳤다. 사실상 재정의 역할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하며 침묵(沈默)으로 일관해 온 셈이다.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로 빈부 격차가 더 커진 만큼 현 정부는 특단의 조처를 통해 불평등 해소에 나서야만 한다.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緩和)할 주택·금융·세제 정책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하고, 청년과 무(無)주택 층의 자산 형성 경로로서의‘계층 이동 사다리’를 넓혀주고 완만하게 하는 실효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부동산을 통한 손쉬운 부의 축적이 아니라 혁신과 노력이 보상받는 구조로 획기적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 집주(集注)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선을 얻지 못한 채 ‘계층 이동 사다리’가 원천적으로 가로막히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의당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자산에 대한 공정한 과세는 물론이고 불평등을 완화할 대책을 다각도·다층적으로 서둘러 강구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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