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덕은 시인 "시를 잊고 사는 그대에게"

이성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감성을 파헤치는 시의 세계(詩)를 탐험하다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박덕은 시인, 한실문예창작 400명의 작가 배출·689개 문학상 수상
곽중희 기자
news@thesegye.com | 2020-08-24 17:44:42

 

 

 

 

(사진=해맑게 웃고 있는 박덕은 시인)  

 

[세계타임즈 곽중희 기자, 박정민 사진기자]

 

당신은 시(詩)를 읽는가? 쓰는가? 아니면 읽지 않는가? 얼마 전 술자리에서 시를 좋아하는 한 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은 ‘시를 읽지 않는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과 ‘시를 쓰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각 부류의 사람이 세상을 담는 마음의 깊이가 서로 다르다는 말이었다. 기자도 시를 좋아해 자주 썼었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치여 점차 ‘시’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 평생 시를 쓰며 낭만을 경영해 온 한 시인(詩人)을 만났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감성을 파헤친다는 시(詩), 먹고 살기도 바쁜 시대에 ‘한 편의 시(詩)’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싶어졌다. 

 

Q. 안녕하세요. 박덕은 시인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덕은’이라고 합니다.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과정을 거쳐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989년 1월에 문학반 하나를 시작해 지금은 13개의 문학회로 성장했는데, 현재까지 400명 정도의 작가를 배출했어요. 지금까지 제자들이 전국에서 받은 상을 집계해보니 총 689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더라고요.

인터넷 문학방송(유튜브 채널 ‘낭만 대통령의 문학토크’)을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방송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다 보니 학회도 지금은 규모가 많이 커졌어요. 일본에서 방송을 보고 수업을 들으려 한국에 왔다가 다시 수업을 듣고 일본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어요.

저는 ‘낭만대통령’이라 불립니다. 제자들이 지어 준 이름인데 “가진 것은 없지만 낭만은 많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 

 

 

 


Q. 어떻게 시인이 되셨습니까?

원래 저는 소설 전공이었어요. 대학원을 갔는데 당시 전공교수님이 시에 엄청난 열정을 가진 분이었어요. 시를 쓰지 않으면 어떤 문학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업에 올 때마다 시를 5편씩 써 오게 했어요. 처음엔 이해가 안됐죠. 안 쓰면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하니까... 난 소설 전공인데 왜 자꾸 시를 쓰라고 하는지. 그렇게 쓰다 보니 쓴 시가 엄청 쌓인 거죠. 그 교수님 덕에 시와 인연을 맺었죠. 그때는 반항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이 그렇게 하신 이유가 이해가 돼요. 시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말 문학을 깊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때는 문학계에서 3차까지 추천이 돼야 시인 칭호를 받을 수 있었죠. 보통 시인에 등극하는데 10년이 걸렸어요.

이효석, 황순원 소설가의 문장력이 깔끔한 이유는 바로 시를 쓰다가 소설을 쓴 분들이기 때문이에요. 시인 출신이라 문장력이 확실히 달라요. 그래서 시를 깨달은 다음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분들의 글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Q. 요즘 젊은이들이 쓰고 읽는 ‘시’는 그 형태가 많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두 가지가 떠오르는 데, 일단 젊은 사람들이 글 읽는 것을 어려워하다 보니 요즘에 발전한 게 바로 ‘디카시’에요. 디카시는 5행 이내 형태로 짧게 쓴 시에요. 반드시 사진 한 장과 함께 5행 이내로 써야하죠. 지금은 중고등학교 국어교재에 아예 디카시를 포함시켰어요. 문학 영역이 시, 수필, 소설, 동시, 디카시 이렇게 구성됩니다. 엄연히 디카시가 자리를 잡은 거죠. 국내 신춘문예 ‘시 부분’ 상금 평균이 300만원인데 디카시 상금은 300~500만원이에요. 더 많죠. 시의 주 흐름이 디카시로 흘러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저는 이를 미리 예측했어요. (디카시의 디카는 ‘디지털 카메라’를 말합니다)

왜 이런 디카시나 나왔는가 생각을 해보니까, 디카시는 스마트폰에 딱 맞게 사진 하나와 글 5줄 정도가 딱 들어갈 수 있게 하다보니 만들어졌어요. 저는 디카시를 7~8년 전부터 올렸죠.

최근에도 짧은 디카시 하나를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64명이 자기 페이지에 공유를 한 거예요. 이게 급속도로 번져간다는 거예요. 앞으로는 디카시가 문학계를 주름잡을 거예요. 젊은이들이 긴 글을 읽지 않고, 또 글만 있는 것 보다 ‘사진’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배’라는 시가 있어요. 제목이 ‘배’고 내용은 “단순히 어부만 태운 것은 아니다. 역마살과 낭만도 올라탔다”에요. 그리고 배 사진이 있죠. 이게 바로 디카시에요. 이렇게 하면 독자도 짧은 시간 안에 가슴에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되죠. 삭막했던 가슴에 감성의 폭을 순식간에 높이는 거예요. 요즘 부부사이에 이혼이 많은 것도 서로 다른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감성의 폭을 넓혀 상대의 감성을 이해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진='디카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덕은 시인)

 

 


Q. 우리 사회에 ‘시(詩)’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예전에 모 유명 정치인의 부인을 만날 일이 있었어요. 좀 친해졌을 때 얘기를 나눴거든요. 그때 그분에게 딱 두 가지를 얘기했어요,

“만약 남편분이 대통령이 돼서 영부인이 되시면 청와대 내에 한달이나 일주일에 한번 시 창작 교실을 운영하게 하십쇼. 그러면 무조건 청와대 직원들은 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럼 순식간에 청와대의 군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성을 파고드는 공무원이 국민을 사로잡는 것이지, 엄포와 힘으로만 통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영부인이 되시면 대통령 행사에 따라가지 말고, 경비원 2~3명만 데리고 사복을 입고 아무데나 가서 봉사활동을 하시길 바란다”고 했어요. “그러면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영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죠.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옛날 조선시대에 벼슬을 하려면 과거시험을 봤어요. 시험이 끝나고 마지막 테스트가 무엇이었냐면, 바로 즉흥시를 쓰는 거였어요. 그를 가지고 장원급제를 뽑았어요. 일단 다른 것들이 통과되면 즉흥시를 가지고 판단했죠. 왕이 시들을 쫙 깔아놓고 영의정과 함께 평가를 하는 거죠. 그렇게 ‘장원급제’가 됐어요. 시를 통해 그 사람의 감성의 깊이와 심성까지 볼 수 있는 거죠.

이처럼 과거의 장원급제는 이 시(詩)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안됐어요. 백성을 잣대로만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 백성들이 살아가는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깊게 통치할 수가 없어요. 시를 공부한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깊이가 달라요.

시를 어렵게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시는 전공이 아닌 분들도 충분히 쓸 수 있어요. 평범한 주부에서 시작한 분들도 누구나 시인이 돼요. 배운다면 말이죠. 현재 제가 가르친 제자들 중에서도 평범한 주부지만 전국의 백일장에서 유수한 상을 많이 받은 분들이 아주 많아요.

 

 

Q. 시(詩)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시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냐면, 사람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의 세계를 파헤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내가 저녁밥을 지어야 하는 순간에 밥을 안 짓고 창밖에 달을 보고 멍하니 있어요. 그걸 본 남편이 “여보, 밥줘. 뭐하고 있어?”라고 하니 아내가 “여보, 오늘은 달이 참 밝아”라고 하는 거예요. 남편은 밥 먹어야 하는데 아내가 달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잖아요. 이때 이 아내는 왜 그러냐면, 낭만의 꿈을 가졌던 자기가 기껏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려고 대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마쳤나 회의가 든 거죠. 사랑 때문에 밥은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인생에 회의가 든 거예요. 이럴 땐 남편이 잘못 건드리면 아내가 이혼장을 내밀 수도 있어요.

여기서 남편이 ‘시’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타 가지고 슬며시 아내에게 가서 “여보, 내가 오늘 저녁은 라면 끓여 먹을게. 여기 앉아서 좀 쉬면서 당신 하고 싶은 것 해. 당신 나 때문에 여태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살았잖아”하고 아내의 감성을 다독여줬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어, 밥이나 빨리 줘”하고 핀잔을 놓는다면 아내 마음이 어떻겠어요?

시는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섬세한 감성자락을 파헤쳐 표현해 선물해주는 거예요. 이것 맛보게 해주면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성숙해져요.

Q. 시인들이 겪는 (현실의) 어려움이 있다면?

사실 시인들은 생활이 어려움이 많아 대부분 부업을 같이해요. 시만 써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저희 제자들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영국 같은 나라는 ‘계관 시인 제도’가 있어요. 시만 쓰면서 살아가는 시인 중에 “존중받을 만하다”고 판단이 되면 나라에서 1년에 300파운드(한화 45만원)를 지원해 줍니다. 일종의 문학 지원금 같은 거죠. 작은 금액이긴 하지만 시인의 명예를 높여주는 거예요. 


저도 가진 재산은 없어요. 집이나 땅은 없지만 낭만을 가득 가지고 있죠. 고로 누구 앞에서 기죽지 않아요. 가진 건 없지만 마음에 낭만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번에 유명 정치인 아내 앞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던 거예요. 지금 아이들도 다 컸고 굳이 돈을 많이 벌 필요도 없으니까. 낭만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Q. 오늘날 ‘시’가 봉착한 현실적 어려움은?

사실 시집이 거의 안 나가죠. 요즘은. 그러니 시인들이 인세를 받을 수가 없어요. 요즘 출판업계의 현실을 보면,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깔아놓는 자리를 돈을 주고 사서 자사가 홍보하는 책을 몽땅 깔아버려요. 그러니 앞에 깔린 책이 자연스레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사람의 심리가 앞에 책을 볼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그렇게 순위가 올라가면 또 서점에서는 그 책을 베스트셀러로 진열해 버리니까. 내용보다는 마케팅의 비중이 높아진거죠.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일제 강점기 당시 계몽시가 유명했어요. 심훈과 이광수가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 스타였죠. 당시 이광수의 무정을 읽으려고 간이역 앞에 줄을 섰었으니까. 그때는 그만큼 시의 가치가 인정을 받았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죠. 심훈의 계몽시보다는 정지용의 이미지시가 더 사랑받는 시대가 됐죠.
 

Q. 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실까요?

제가 꿈꾸는 것은, 고대 그리스에 있는 광장 같은 강의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스의 광장이나 교육관은 모양이 위로는 대각선, 양옆으로는 부채꼴 모양이에요. 알아보니까 이게 참 과학적이더라고요. 강사의 목소리가 앞이나 뒤나 똑같이 들린다고 해요. 그래서 강의실은 평면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양쪽 벽에는 시집과 책들을 배치하고 강의를 하고 싶어요.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를 하기보다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어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빌게이츠한테 편지를 몇 번 썼는데 붙이지를 못했네요. 아이고 참, 하하.

이렇게 강의실을 하나 만들어서 시를 가르치고 학생들을 만나고 싶죠. 그리고 제 딸이 화가인데 저에게 그림은 잘 안 그려주다 보니까, 제가 직접 그려요. 최근에는 전남 담양 메타쉐퀘이아 길 옆 남촌미술관에서 8월 한 달 동안 유화초대전을 하고 있어요.

 

(사진=시집 한실문예창작 동인지 제15집 '시의 집을 짓다'를 들고 있는 박덕은 시인) 

 

 

(사진=박덕은 시인은 이달 8월 1~30일까지 담양 남촌미술관에서 유화초대전을 열고 있다)

 

Q. 인터뷰 소감

인터뷰 한 것 같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종료)

인터뷰가 끝나고나니, 한 동안 짓지 못했던 시를 짓고 싶어졌다. 한 순간 스쳐 지나는 수편의 글보다 한 사람의 가슴에 일평생 새겨지는 시(詩)를 쓰고 싶은 마음, 그것이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좋은 시(詩)들이 뭇사람에게 더욱 사랑받아, 우리의 감성은 더욱 짙어져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란다.


*박덕은 시인이 걸어온 길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전전남대학교 교수
박덕은 예술관 관장
박덕은 문학관 관장
소설가, 문학평론가
동화작가, 아프리카tv BJ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새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창작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
사이버중랑 신춘문예 당선
김해일보 시민문예 당선
경북일보 호미문학상 당선
낭만대통령 박덕은 시인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박덕은 시인의 시(詩)

관심

당신의 아침을
호수 위에 펼친다

별빛이 머물다 간 자리에
어제의 채도 껴입은 초록을
물그림자로 띄운다

따스한 꽃잎 한 장으로도
물의 심장은
둥근 지문으로 쿵쿵 뛰는데

밤낮없이 비를 긋는
당신은 바깥쪽이 젖고
나의 마음은 늘 안쪽이 젖는다

파문 이는 동그라미의 안과 밖
그 사이 어디쯤에
새소리 푸르게 출렁이는데

몸을 꺾는 겨울 속으로
서둘러 가는 당신의 뒷모습,
물이랑의 간격은 좁아져 날카롭다

이제
한 번 더 격랑을 가로질러
고요에 다다라야 한다

오늘도 호수는
당신의 깊은 묵상으로
평온에 가 닿는다.

박덕은(낭만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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